[준비] 재외한국학교 지원기1 - 재외한국학교에 지원하다.

나는 10년차 교사이다. 참 좋은 학군에서 10년간 근무하며 교사가 천직이라는 자부심으로 행복한 생활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속상한 일이야 정말 많았지만 현재 내 머릿속엔 속상했던 것 보다는 행복한 기억이 더 많은 걸 보니 요즘의 어려운 세태속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현재 교사의 대우는 처참하지만 내가 운이 좋게 상식적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학교 가는 길이 싫지 않았다. 나에게 학교는 직장이고 노동의 현장인데 좋아하기 까지 하는 건 엄청난 복이였다.
또 동료들과도 즐겁고 재밌는 생활을 했다.!동학년 체제가 누군가한테는 부담일 수도 있는데 난 그것이 주는 소속감도 참 좋았다. 인복이 많아서 그런지 항상 나를 예뻐해주시는 선배 선생님들 그리고 나를 존경 해주는 후배 선생님들 덕분에 사랑 받으며 학교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가끔은 잘못된 것을 따끔하게 얘기해주시기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셔서 교사로서 참 잘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월급! 지금도 내 직업이 안정적(?) 또는 안전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와서 내 한 사람 몫 정도는 주변에 손을 벌리지 않고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물론, 교사의 월급은 많이 작아서 점점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런 내가 왜 이 좋은 한국을 떠나고자 재외한국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을까?

한국에서의 삶

 
올 여름, 나는 정말 좋은 기회로 미국에 가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국제한국어교육자연구회 제 41회 NAKS 학술대회 강연자료 안내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 이 곳에서 전세계 특히, 미국 한글학교(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들께 내가 아는 것을 전할 수 있는 정말 너무나도 감사하고 뿌듯한 경험을 했다. 인생최고의 경험 중 하나다. 동시에 나는 그곳에서 미국에 사는 한국인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막연하게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상은 정말 넓고 내가 해볼 수 있는 일은 많은데, 너무나도 천직이긴 하지만 내 직업을 하면 거의 40년은 하나만 해야 하는데... 내가 정말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평생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게다가 나는 올해까지 2개학교에 모두 5년을 꽉 채워 근무했고, 올해를 만기로 내년에는 학교를 옮길 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학교로의 전출을 희망했다. 지금처럼 교권이 어려운 시기에 굳이 여러가지 환경이 어려운 학교를 가기보다 지금처럼 안정적인 곳에서 근무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과 생각 정리를 할 때 쯤이였다.

갑자기 숨이 너무 막혔다.

지금 이대로 하면 나는 내 일을 지금까지 중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안정적으로 해 낼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10년 정도 해보니 경력이 주는 묵직한 힘과 익숙함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임용수급이 좋을 때 시험을 봐서 일을 바로 시작하다보니 10년을 했지만 나이는 젊은 편에 속하다보니 새로운 것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과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앞으로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지금이 내 교직의 황금기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은 지금껏의 교직 중 주변이 나를 가장 인정해주는 시기였다. 다음 학교에 가면 부장을 해도 전처럼 힘들지 않을테니까 이제 나도 부장을 해야겠다고 생각도 했었다. 후배선생님들에게 절대 미루지 않고 멋지게 내가 부장하리라 하는 마음까지 먹었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나의 내년과 내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 않았다는 점이였다. 가장 잘 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 무료하고 너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 뻔해서 답답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한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다 떠나 나는 정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맞나? 정말 맞을까? 하는 그런 혼란함과 의문속에 2023년의 가을을 보냈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재외한국학교' 모집 공고

재외한국학교에 지원하다.

 
사실 난 재외한국학교에 대해 어느정도 익숙한 편이었다. 친구들이 재외한국학교에 이미 근무 중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계속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또 과거에 도전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어쩌면 끼리끼리 유유상종이라는데 나 역시도 용기부족으로 못하던 것을 결국 하게 된 느낌이다. 지금은 도전할 용기를 준 그 친구들에게 가장 고맙다! (Thank you for 슘쌤❤)
이직까지 생각해봤을 정도로 지금의 삶이 답답했었고 여름 미국행에서 느낀 다양한 것들이 맞물렸고 여기서 나름 10년을 열심히 살아봤으니 지원은 해봐도 되지 않나...? 하는 마음에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지원서, 면접 등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다뤄야겠다!)
그리고 결정하기 전에 교장선생님께도 자문을 구했다.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어른들과 충분한 상의를 하는게 필수인 듯 하다. 교장선생님께서 적극 추천해주시고, 추천서도 정말 잘 써주시고,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셔서 나는 정말 여러가지로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관리자와 잘 지내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동경 1차 합격 소식

 

호치민 1차 합격 소식

 
그리고 2개 학교의 1차 서류합격소식 (중복지원이 가능한 나라라서 함께 지원했다.)

여기서 나는 '어? 이게 내가 상상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겠네'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한 번 써보자!' 하는 마음에 쓴 것이 1차 합격으로 돌아오니 사실 멘붕 아닌 멘붕을 겪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순간 이 모든 일이 감당이 안되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울기도 했다. 주변 동료들, 선배님들한테 푸념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이 무슨 배부른 행동인가 싶지만 그때는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많이 당황하는 나의 J력이 이렇게도 발휘되는 구나 싶었다. (그때 제 푸념을 들은 주변인들 감사하고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울 엄마, 그리고 동학년 선배님들... 동생 등등😂)

어쨌든 1차 합격을 하였으니 그때부터 나는 일주일을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최선을 다해 면접 준비를 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너무 후회할거 같았다.
일본어 자기소개, 영어 자기소개, 영어 지원동기, 영어 교육관 등등... 달달 외우고 교육관, 동료관, 학부모 민원 대처법, 학생 지도관련 다양한 프로세스등을 정리해서 외우기 시작했다. 비루한 어학 실력 때문에 영어, 일본어 외우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어학은 언제 쓰일지 모르니 미리미리 해두자...ㅠㅠ) 이 때도 사실 우리 동학년 선생님께서 면접 내용을 모의 면접처럼 다 들어주셨다. 어색한 일본어 영어 모두 꼼꼼히 다 체크해주셨다. 이렇게 좋은 동료들을 두고 호치민에 간다는게 서운할 정도다ㅠㅠ

 

재외한국학교 면접을 보다.

면접 후기를 남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나의 감상을 쓰기 위한 단락이다. 정말 솔직하게 써 본다.
1차가 두군데가 된 후 나는 사실 조금 자만했다. 내가 재외한국학교에서 먹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조금의 욕심도 생겼다. 두군데나 합격한 내가 좀 대단한 사람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준비하면서도 벌써 마음은 호치민과 동경 중 어딜 선택할 것인가ㅋㅋㅋㅋ 이런 생각까지...🤣 정말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걸 느낀 순간이였다.

동경 최종 불합격

 
동경은 줌으로 면접을 보았고, 다음날 바로 불합격 소식을 전해주셨다. 1:1 면접이였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의외의 질문들이 좀 있었고 거기서 지나치게 솔직한 답변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어였다. 내가 아는 일본어는 여행 언어가 다였기 때문에... 아무리 외워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ㅎㅎ(그래도 억양까지 준비 다 해서 외웠다!) 일본어만 문제였던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동경에 떨어졌을 때도 주변에서는 어자피 솔솔쌤은 동경은 안가!! 참 나~ 왜 안뽑아?!! 하면서 마구마구 위로해주셨다😂 쏘스윗 사람들🩵
 
이틀 뒤 진행된 호치민 면접은 대면으로 다수의 선생님과 함께 보는 면접이였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데...

3배수의 인원을 뽑은 서류전형에서 면접시간별로 조가 나눠져있었고 그래서 6명의 선생님과 함께 면접을 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와 다른 선생님들의 답변이나 스펙을 비교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선생님들의 면접 답변을 듣는데 나보다 더 많고 대단한 스펙 그리고 나 이상의 역량을 가진 선생님들이 1차 합격자들이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다들 너무 똑똑하시고 말씀도 술술 잘하시고 호치민한국국제학교에 대해서 정말 잘 아실 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잘하셨다. 정말 완벽하게 느껴지는 선생님도 계셨다.
나의 앞선 건방진 자만함과 자신감에 넘치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세상엔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왔고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인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생각. 그 면접을 본 하루가 나에게는 정말 강력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나는 그 날 정말 많은걸 느꼈고 특히 겸손함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면접 당일은 망했다고 생각하면서 재외한국학교 면접을 본 친구 둘과 함께 셋이서 푸념의 밤을 보냈다.(함께 회포를 나눌 친구들이 있다는게 감사했다.)

지원하고 면접보는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이 정말 많기에 누군가가 도전한다면 합격/불합격과 상관없이 한번 도전 해보라는 권유를 하고 싶은 그런 경혐이다. 대부분의 교사는 임용이 후 이렇게 무언가에 도전해서 합격/불합격을 기다릴 일이 많지도 않고, 이런 적나라한 평가를 받을 일이 많지가 않기에... 새로운 도전과 자기 성장을 위해 한번쯤은 해볼만한 경험이다. (물론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재외한국학교에 합격하다.

기대를 많이 접고 있었지만 그래도 합격전까지는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법. 그렇게 발표일이 다가왔고 11월 17일 금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던 중 아침 8시에 합격 메일을 받았다.

호치민 최종 합격

엥?????????? 이게 된다고?!!!!! <- 그때의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내가 열심히 살아온 교사로서의 10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감격의 눈물을 광광 흘렸다. 그렇게 들뜬 마음에 오픈채팅방도 카페에 먼저 올려서 열어보고, 그렇게 함께 면접 본 선생님의 합격소식도 듣고❤ 지금은 비자 관련 서류를 처리중이다!

어영부영 얼렁뚱땅 갑자기 여기까지 오게 된 느낌이지만 그저 기뻤다. 게다가 호치민이 이번에 경쟁률이 높았다는 여러가지 피셜을 들었으니 스스로를 좀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나의 경우에는 재외한국학교를 정확하게 타겟팅하고 준비한건 없었다. 다만, 10년동안 교사로서의 성장을 위해 이것저것 참 많은 것을 했었고 궁금한건 연수 좇아다니면서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특히, 나는 예술,체육쪽 연수를 많이 들었다.(내가 좋아하는 분야이므로) 또, 관련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면 취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회 활동도 제법 여러개 했었다.(다만 학교에서 우대 조건에 포함되는 분야는 아니였다.)
무엇보다 수업측면에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늘 진심으로 했던 건 정말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다 기록으로 남겼다. 그게 티스토리이든 Youtube든 전부 다 나에게는 기록으로 남아 있었고 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준비가 항상 되어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아무튼, 나에게 새로운 생활이 주어졌다. 내 인생에 엄청나게 소중한 기회가 될 시간이니까 걱정은 조금 뒤로 하고 처음으로 조금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교단일기는 조금 열심히 써볼 생각도 있다는 : ) !!! 기록하지 않으면 날아가니까요!

모두의 도전하는 삶을 응원합니다!❤❤❤
내 인생도 화이팅!